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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오년, 붉은 말의 해이다. 예로부터 말은 인재의 비유로 쓰였다. 알고 보면 역사 속 명마들도 처음부터 명마는 아니었다. '문제마'도 많았다. 소금 수레도 제대로 끌지 못하는 변변찮은 노마, 마구 날뛰는 야생마, 게으르다고 낙인찍힌 경주마. 이들을 전설로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채찍도 당근도 아닌 리더의 3관이었다. 바로. 관찰(觀察), 관심(關心), 관점(觀點)이 그것이다. 나는 이것을 주마삼관(走馬三觀)이라 말하고 싶다.


#첫 번째 관: 관찰 - 백락의 천리마

백락상마(伯樂相馬), 인재 발굴의 의미로 쓰인다. 시장 한구석에서 소금 수레를 끌던 노역마가 있었다. 털은 거칠고, 등은 굽었고, 발굽은 닳아 있었다. 수백 명이 스쳐 지나갔지만 백락은 달랐다. 그는 겉모습이 아니라 근육의 결, 눈빛의 깊이, 숨소리의 리듬을 보았다. "이 말은 천리를 달릴 수 있다." 사람들은 비웃었다. 백락은 말을 궁궐로 데려가 배불리 먹이고 적절한 훈련을 시켰다. 결과는 천리마의 탄생이었다. 혹시 당신은 지금 부서 팀원을 오후 3시에 도넛 먹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는가, 잠재력까지 관찰하려 하는가.


#두 번째 관: 관심 - 알렉산더의 애마 부케팔로스

기원전 344년, 마케도니아 왕궁에 거대한 흑마가 도착했다. 부케팔로스, '황소 같은 머리를 가진 말'이라는 뜻이었다. 힘은 셌지만 사납게 날뛰어서 아무도 다가가지 못했다. 필리포스 왕이 구매를 거절하려 할 때 12세 알렉산더 왕자가 나섰다. 그는 관심을 갖고 살피더니 말은 사나운 게 아니라 자신의 그림자를 두려워하고 있음을 읽었다. 말머리를 태양 쪽으로 돌려 그림자가 사라지게 하자 말은 진정했다. 그날 이후 부케팔로스는 알렉산더의 평생 애마가 되어 세계 정복의 여정을 함께했다. 요즘 말로 하면 심리적 안전감이다. 회의에서 침묵하는 직원, 변화에 저항하는 직원.... 어떤 문제 행동 뒤에는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있다. 문제행동 뒤의 두려움까지 관심을 갖고 있는가.


#세 번째 관: 관점 - 미국 공황시기 경주마 시비스킷의 역전

1936년 대공황 시대 미국에 경주마 시비스킷(Seabiscuit). '작고 투박한 건빵'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작았고, 다리는 휘어있었고, 의욕 부진이었다. "게으른 말"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조련사들이 더 강하게 채찍질할수록 결과는 악화됐다. 변화는 조련사 톰 스미스와 기수 레드 폴라드가 맡으면서 일어났다. 이들은 자신들의 조련 방식을 고집하기보다 말의 특성에 맞춰 조련코자 했다. 게으른 말이 아니라 추격형 성향의 말이어서, 선두보다 뒤에서 따라잡는 것을 즐기는 타입. 이 같은 맞춤형 훈련의 결과, 시비스킷은 동시대 최고 명마 워 애드미럴을 꺾고 우승했다. 이 승리는 대공황 시대 미국민들에게 ‘인생 역전’이란 희망을 주었다. 관점 전환의 핵심은 "내 기준에 맞춰 길들이려 하지 않고, 상대의 특성에 맞는 결을 찾아라“였다. 동기부여의 가장 큰 적은 상대의 무능이 아니라 부적합이다. 길들이기 전에 상대의 결을 살피는 관점 전환을 하는가.


#주마삼관

말을 달리게 하려면 리더의 세 가지 관(觀)이 필요하다. 겉모습을 넘어 잠재력까지 보는 관찰, 저항 뒤의 두려움까지 헤아리는 관심, 내 기준이 아니라 상대 특성을 존중하는 관점 전환. 이 세 가지가 있을 때 비로소 명마는 탄생한다. 지금 우리 조직에는 인재가 없는가, 인재를 알아보는 리더의 안목이 없는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blizzard88@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