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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교통 흐름을 위해 정교한 신호 체계가 중요하듯, 운전자들이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도 안전을 지키는 핵심 요소다. 깜빡이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서로의 의도를 공유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깜빡이를 켜는 순간, 다른 운전자는 내 움직임을 예측하고 속도와 방향을 조정한다. 반대로 깜빡이가 꺼져 있으면 상대는 내 의도를 추측할 수밖에 없고, 이 오해는 사고로 이어질 위험을 키운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운전자의 방향지시등 점등률은 75.6%에 불과하다. 네 명 중 한 명은 깜빡이를 켜지 않는 셈이다. 실제로 방향지시등 없이 끼어드는 차량은 보복 운전이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면, 깜빡이를 켜서 양보에 감사의 표시를 하거나, 깜빡이를 켜서 사과의 표시를 하는 것은 도로 위의 긴장을 풀어주고 운전자 간의 신뢰를 쌓는다. 깜빡이는 단순한 등불이 아니라 존중과 배려의 신호다.


교통에서 깜빡이가 중요하듯, 대화에도 깜빡이가 필요하다. 상대의 말에 언어적·비언어적 반응으로 관심과 이해를 표현하는 것이 바로 대화의 깜빡이다. 깜빡이가 켜진 대화는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흐르며, 생각과 감정이 깊이 교류된다. 반대로 깜빡이가 꺼진 대화는 일방통행이 되거나 오해와 단절을 낳기 쉽다.


1. 깜빡이는 ‘경청의 신호’다

상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음, 그렇군요”와 같은 짧은 반응을 건네는 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적극적 경청의 표현이다. 이러한 반응은 상대에게 “내 말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다”는 신호를 주며, 대화의 깊이를 확장한다. 반대로 표정 변화나 언어적 반응 없이 무표정하게 듣는 태도는 상대를 불안하게 만든다. 마치 깜빡이를 켜지 않고 교차로에 진입한 차처럼, 상대는 나의 의도를 읽지 못해 대화의 흐름이 끊기거나 겉돌게 된다. 대화 중 5초에 한 번은 고개 끄덕임이나 짧은 언어 반응으로 깜빡이를 켜라.


2. 깜빡이는 ‘관계의 안전장치’다

깜빡이를 켜지 않은 채 차선을 바꾸면 충돌 위험이 커지듯, 대화에서도 깜빡이가 없으면 감정이나 의도가 잘못 해석될 위험이 크다. 예를 들어 회의 중 리더가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 없이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면, 구성원은 ‘내 의견이 무시됐다’는 인상을 받는다. 반면 “좋은 의견이에요. 그 부분은 더 검토해 보겠습니다.”라는 짧은 피드백만으로도 참여 의지를 살리고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후, 핵심 요약이나 질문으로 반응하라.


3. 깜빡이는 ‘상호 존중의 언어’다

대화의 깜빡이는 단순한 반응을 넘어, 상대의 존재와 의견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묘한 표정 변화, 고개 끄덕임, 눈 맞춤, 짧은 질문이나 공감의 표현 모두가 깜빡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작은 신호들이 쌓일수록 대화의 질은 깊어지고, 관계는 신뢰와 존중으로 단단해진다. 여기에 상대의 발언을 인정하거나 칭찬하는 메시지를 덧붙이면 상호 존중의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디지털 미팅에서도 표정, 눈 맞춤, 채팅, 이모티콘 등을 적극 활용해 깜빡이를 표현하라.


깜빡이는 도로에서 안전을 지키는 약속이자 존중의 표현이다. 대화의 깜빡이는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존중하고, 소통의 흐름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작지만 강력한 신호다. 리더와 코치, 동료와 구성원 모두가 대화 속에서 깜빡이를 의식적으로 켜는 순간,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은 훨씬 더 매끄럽고 안전하게 흘러갈 수 있다.


대화의 깜빡이를 켜는 습관, 그것은 효과적인 소통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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