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거야.”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 대사 일부분입니다. 구조기술사인 주인공은 건물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끊임없이 가해지는 외력에 잘 버틸 수 있도록 내력을 설계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 삶도 이와 같다고요.


인생에서 스트레스는 사라질 수 없습니다. 직장은 늘 문제가 생기고, 실적 압박은 언제나 있고, 모든 관계는 문제를 동반하죠. 나이는 들어가고 가족의 건강이나 재정문제도 늘 고민입니다. 건물에 비바람, 태풍, 지진 등이 건물이 원하지 않아도 올 수밖에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건물의 내력벽을 튼튼하게 세워 외력에 버틸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마음의 ‘내력’을 키우는 일입니다. 이 내력의 차이에 따라 어떤 사람은 가랑비에도 쓰러지고 어떤 사람은 태풍에도 끄떡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내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가지 않은 길, 마인드풀니스〉(2022)의 저자 조 버튼은 마음 챙김에 답이 있다고 말합니다. 마음 챙김이란 말 그대로 부유하는 내 마음을 챙기는 것인데 그 형태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명상이 될 수도 있고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달리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저는 심란할 때는 화장실 세면대의 때를 열심히 닦는데요.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이 과정이 저만의 마음 챙김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단순 노동에 집중하면서 온전히 몰입하기. 떠돌던 나의 주의력을 수세미의 움직임에 몰입하고 나면 무언가 개운해집니다. 뇌가 개운해지면서 고민하고 있던 것도 뚫리는 느낌도 받습니다.


몸의 근육은 자꾸 쓰지 않으면 퇴화합니다. 복근운동을 평생 하지 않은 사람이 윗몸 일으키기를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꼭꼭 씹지 않고 삼키는 사람은 씹는 근육의 힘이 떨어져 더 씹기가 어려워집니다. 마음의 근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꾸 쓰고 훈련하지 않으면 마음이 이리 저리 흔들리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자주 서럽고, 화나고 속상한 이유는 살면서 마음의 근육을 키우지 못해서입니다.


살면서 늘 고난과 위기는 옵니다. 그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 위기와 시련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내게 달려있습니다. 나의 내력이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위기와 시련을 기회로 바꿀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 시작이 바로 내 마음의 근육을 키워주는 마음 챙김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창할 필요 없이 하루 5분 정도 내가 하는 한 가지 일에 온전히 집중해서 주의를 기울여 보는 것입니다. 걷고 있다면 걸음걸이에, 밥을 먹고 있다면 밥을 씹는 행동에, 숨 쉬고 있다면 호흡에 말입니다. 현재를 음미하며 오롯이 그 순간에 머무르면 됩니다.


“Present”. 현재, 그리고 선물 두 가지 뜻을 다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항상 우리는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선물인 현재는 정작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미래는 모두 힘이 없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지금, 내가 딛고 있는 현재뿐이죠. 선물 같은 현재에 온전히 머무르면서 우리 안의 내력을 키워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athy2112@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