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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내가 절대 놓칠 수 없었던 TV 방송은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의 권투 중계였다. 상대의 주먹을 요리조리 피하고 코너에 몰려 있으면서도 당황하지 않고 상체를 앞뒤 좌우로 움직이는 그의 날렵한 동작에 열광했다. 경쾌한 풋 스텝(foot step)으로 링을 맴돌며 공격 찬스를 노리는 그는 마치 우아한 춤을 추고 있는 듯했다. 아직까지도 내 맘속 최고의 권투 선수는 무하마드 알리다.


그는 1960년부터 21년 동안 61번의 경기를 통해 56승을 거두었다. 그중 37승은 KO 승이다. 그의 KO 펀치가 강력한 이유는 주먹의 힘보다 때리는 타이밍에 있다. 그는 무작정 주먹을 휘두르며 한방 맞기를 바라지 않는다. 상대의 공격과 수비 패턴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방어력이 약한 지점을 파악하고 전략을 세운다. 타이밍을 맞추어 상대의 방어를 뚫고 정확하게 가격하는 한 방이 결정적인 KO 펀치가 된다. 그때 그의 주무기인 오른손 스트레이트와 왼손 훅이 빛을 발한다.


코치와 코칭 리더십을 실천하는 조직의 리더들에게는 질문이 무기이다. 코칭 중 '질문'에 대해 고민하는 임원을 만난 후 내 머릿속엔 알리가 KO 펀치를 날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권투 선수들이 KO 펀치를 날리고 싶은 것처럼 리더와 코치도 강력한 질문으로 상대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시작되면 무하마드 알리는 상대가 마음 놓고 자기 자신을 드러내게 만든다. 코치도 질문을 시작하기 전에 고객의 상황과 감정을 먼저 공감하고 이해하며 신뢰 있는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고객이 자기감정과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고객도 질문을 피하지 않고 새로운 관점을 수용하고 변화를 시작할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다음은 타이밍이다.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질문의 효과는 줄어든다. 고객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간결하고 묵직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코치는 세션 내내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전략을 세우지만 코치의 가정과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가벼운 스텝으로 상대의 주위를 돌면서 기회를 엿보는 권투 선수처럼 고객의 이야기를 들으며 결정적인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


1974년 10월 30일 아프리카 콩고에서 32세의 알리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주먹을 가진 25살의 챔피언 조지 포먼에 도전했다. 당시 포먼의 KO율은 90%를 넘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예측을 뒤엎고 알리는 경기전 자신이 호언장담했던 8회에 KO 승리를 거둔다. 알리는 로프에 기대어 포먼의 주먹을 피하며 상대의 체력을 소모시키고 자기 체력을 비축했고 8회 종료 20초를 남기고 상대가 지친 틈을 노려 결정적인 오른손 스트레이트 한방으로 포먼을 쓰러트렸다. 전략을 세우고 결정적인 타이밍을 참을성 있게 기다린 것이다. 무하마드 알리는 자신의 말이 허풍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코치도 고객이 누구에게나 당연한 사실인 듯 자기 생각을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할 때 짧게 끊어 치는 펀치처럼 질문을 던진다. 훅 들어온 코치의 질문에 고객은 당황한다.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짓거나 고개를 들어 먼 곳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동안 갇혀 있던 자기 상자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관점을 만나는 순간이다.


“아하! 이거였네”


고객은 스스로 답을 찾는다. 강력한 질문은 고객이 새로운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질문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ongkim1230@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