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란 베스트셀러가 있고 비슷한 종류의 책들이 지천이다. 다 후회에 관한 책들이다. 그때는 그 사실을 몰라 엉뚱한 짓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후회가 막심이란 것이다. 가장 많은 것이 공부에 관한 것이다.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왜 그때는 그 사실을 모르고 그렇게 게으름을 피웠을까 후회하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것도 못지않게 많다. 건강할 때 건강을 챙겨야 했는데 어리석게 몸을 함부로 다루다 몸이 일으킨 반란에 깜짝 놀랐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소홀한 걸 후회하는 사람도 많다. 황혼 이혼을 당한 사람이 뒤늦게 아내의 소중함을 뼈아프게 뉘우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걸로 착각해 함부로 했는데 그가 떠난 뒤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근데 솔직히 난 이런 걸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그 뻔한 사실을 모를 수 있는지 거꾸로 묻고 싶다. 그렇게 술 퍼마시고 줄담배 피우고 운동 안 하고 몸을 함부로 하는데 아무 일이 없을 걸로 생각하는지? 나이가 어리다고 자식에게 함부로 하고 사위와 며느리를 구박했는데 그 관계가 계속될 걸로 생각했는지? 평생 책 한 권 안 읽고, 신문 하나 제대로 안 보고,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내면서 잘 먹고 잘살 걸로 생각했는지? 묻고 싶다. 지금도 그 뻔한 사실을 외면한 채 후회할 만한 일만 골라 하는 사람에게도 그 사실을 알려주고 싶지만 하지 않는다. 지금 얘기해도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 알아야 할 건 지금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내 행동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의 행동이 누적됐을 때 미래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금 내가 가진 게 영원할지, 지금 당연한 것이 미래에도 당연할지 의문을 품어야 한다. 지금은 내가 강자 같고, 상대가 약자 같지만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렇게 시간을 허투루 쓰고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내도 미래에 괜찮을지? 난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내가 생각하는 후회의 핵심은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다. 그때 그 사람을 잡아야 했는데, 그때 그 직장을 그만두지 말아야 했는데, 그때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 했는데, 그때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했는데….


지혜의 핵심은 때를 아는 것이다. 후회 관련해 『후회의 재발견』(2022)이란 책이 있다. 후회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이며 인간이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열쇠라는 것이다. 후회하는 능력 덕분에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존재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후회는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활용해야 하는 감정이다. 후회의 목적은 우리를 기분 나쁘게 만들어 내일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이끄는 것이란 것인데 여기서는 후회를 네 종류로 나눈다. 첫째, 기반성 후회(Foundation regrets)다. ‘좀 더 열심히 운동했더라면, 꾸준히 저축했더라면’처럼 건강·자산·교육 등 삶의 기반을 형성하는 영역에 대한 후회다. 둘째, 대담성 후회(Boldness regrets)는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더라면’, ‘그때 사업을 시작했더라면’처럼 더 대담한 결정을 했다면 더 많은 성취를 얻었을 것으로 예상될 때 찾아오는 후회다. 셋째, 도덕성 후회(Moral regrets)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애를 괴롭히지 않았더라면’처럼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 찾아오는 후회다. 넷째, 관계성 후회(Connection regrets)는 ‘부모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더라면’, ‘그 친구에게 먼저 손 내밀었더라면’처럼 배우자·부모·자녀·친구 등 소중한 인간관계가 단절되거나 망가질 때 발생하는 후회다.


사람들은 실패를 장려한다. 가능한 한 자주 많이 실패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라는 것이다. 내 생각은 다르다. 실패와 실수를 구분해야 하고, 실패에서 배우는 게 많아도 가능한 한 실패하지 않고 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후회도 마찬가지다. 후회를 통해 좀 더 괜찮은 선택을 할 수 있지만 가능한 후회는 최소화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후회를 한다. 그런데 어차피 후회할 바에는 가능한 한 짧게 하는 것이 좋다. 짧게 하려면 저질러 버리는 편이 고민하며 주저하다 포기하는 것보다 낫다. 결혼도 그렇고 애를 낳는 것도 그렇다. 하고 후회하는 편이 안 하고 후회하는 편보다 낫다. 후회하기 싫으면 그렇게 살지 말고, 그렇게 살 것이면 후회하지 말라.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hans-consulting.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